임신했을 때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이사 준비도 해야 했고, 첫째가 유치원에 입학하는 시기라 환경이 바뀌면서 신경 쓸 게 너무 많았다. 게다가 입덧까지 심해서 출산에 대해 신경 쓸 여유도, 체력도 부족했다. 몸무게는 늘기는커녕 빠지기만 했고, 그냥 잠만 자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이사 준비도 쉽지 않았다. 새로운 집에 적응해야 했고, 첫째의 유치원 등·하원까지 신경 써야 해서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러다 보니 출산이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왔고, 나는 제왕절개로 둘째를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수술 직후의 정신없는 상황 때문인지, 첫째 때처럼 모든 게 새롭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첫째 때 느꼈던 얼떨떨함과 감격이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하지만 오랜만에 품에 안은 작은 아기의 모습은 여전히 신기하고 사랑스러웠다. 저 작은 손과 발, 오물거리는 입술, 가볍게 쥐어지는 손가락. 첫째를 처음 만났을 때의 감정과는 또 다른 감동이었다. 첫째를 낳았을 때는 ‘내가 진짜 엄마가 됐구나’라는 현실감이 크게 다가왔다면, 둘째를 만났을 때는 ‘아, 우리 가족이 더 커졌구나’ 하는 감정이 컸다.
제왕절개 후 회복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내 경험상 수술 후 가능한 한 빨리 움직이는 게 좋았다. 첫째 때도, 둘째 때도 수술 후 다리부터 움직이고 다음 날부터 걷기 시작했더니 회복이 빨랐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복직근개가 벌어지는 게 걱정돼 복대를 자주 착용했는데,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닫혔다.
첫째가 처음 동생을 봤을 때는 사실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어? 동생이네?" 하는 정도의 반응이었다. 손도 한 번 슬쩍 만져보고는 다시 자기 할 일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동생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지금은 둘째를 너무 예뻐해서 하루 종일 챙겨주려고 한다. 둘째가 울면 제일 먼저 달려가서 “괜찮아~” 하면서 등을 토닥여 주고, 기저귀 갈 때도 옆에서 보조를 자처한다. 가끔은 너무 과하게 챙겨줘서 말려야 할 정도다.
첫째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리려고 했는데, 신기하게도 먼저 알아차렸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 뱃속에 애기 있어!"라고 말하더라. 그렇게 동생이 생긴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첫째가 질투하지 않도록 둘만의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 중이다. 키즈카페에 함께 가거나, 카페에서 맛있는 걸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일부러 만들고 있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오히려 첫째에게 더 신경을 써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무래도 첫째와 둘째의 나이 차이가 조금 나다 보니, 첫째가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더 해주려고 한다. 임신했을 때부터 "곧 동생이 생길 거야"라고 자주 이야기해줬고, "너와 동생은 한 팀이야!"라며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처음에는 동생을 낯설어 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내 동생’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지금은 동생을 안아주고 챙겨주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출산 후 체력 관리는 필수라 영양제를 꾸준히 챙겨 먹고 있다. 비타민, 오메가3, 칼슘 등을 먹으면서 체력을 보충하려고 노력 중이다. 첫째의 유치원 등·하원은 버스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고, 그 시간에 맞춰 나도 집안일과 생활을 조절하고 있다.
둘째를 출산하면서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챙겼다. 출산바우처 300만 원을 지원받았고, 첫째 때와는 다르게 부모급여도 나오기 때문에 육아 비용 부담이 조금 줄었다. 나중에 둘째가 어린이집을 가게 되면, 둘째는 우선순위로 입소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런 지원 덕분에 육아 부담이 조금은 줄어드는 것 같다.
둘째가 태어나고 나니, 첫째 때와는 또 다른 육아의 모습이 펼쳐졌다. 첫째 때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서툴고 낯설었지만, 둘째를 키울 때는 그래도 한 번 경험해 본 덕에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덜 힘든 건 아니다. 오히려 첫째가 있을 때는 첫째에게도 신경을 써야 해서 체력적으로 더 힘든 순간도 많다. 그래도 첫째가 동생을 예뻐해 주는 모습, 둘이 나란히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면 그 어떤 힘든 순간도 잊게 된다.
나도 두 아이의 엄마는 처음이라 배워가는 중이다. 요즘 세상에 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쉽지 않지만, 두 아이가 주는 행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물론 몸도, 체력도,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두 배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힘들다. 하지만 그만큼의 행복과 사랑이 기다리고 있어서, 오늘도 힘을 내본다. 아이들이 자라서 서로 장난치고,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면 또 다른 감동이 밀려온다. 이제는 첫째가 "엄마, 나 동생 있어서 좋아!"라고 말할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제 두 아이와 함께하는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여전히 하루하루가 정신없고, 엄마로서 부족함을 느낄 때도 많지만, 그 속에서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중이다. 힘들 때도 있지만, 두 아이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하나씩 써 내려가는 기분이라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추억이 되겠지. 그렇게 오늘도 엄마는 두 아이와 함께 성장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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